[브릿지프레스= 임은미 기자] 서울 마포구 지음갤러리에서 지난 4월 22일부터 25일까지 열린 AI아티스트 박한 개인전 《Virtual Sanctuary: 가상의 성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경희대학교 토목공학을 전공한 공학적 기반 위에서 AI 예술로 전환한 박한 작가는 제주도 농업인 AI 역량 강화 전문 강사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전시 폐막 직후 지음갤러리 개관 첫 전시 작가로 초대된 그를 만났다.
Q. 지음갤러리 개관 후 첫 전시 작가로 선정되셨습니다. 《가상의 성소》는 어떤 의미인가요?
“저의 가장 깊은 정체성은 크리스천으로서의 삶에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생성형 AI라는 현대적 도구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소개하는 ‘지성소’를 재해석한 공간입니다. 단순히 기술적인 이미지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빛과 숨결, 상흔, 그리고 임재의 감각을 조용하고 깊이 있게 풀어내어 관객들에게 평안을 건네고자 했습니다.”
전시 제목 ‘가상의 성소(Virtual Sanctuary)’는 단순한 기술 전시가 아니라는 선언이기도 하다. 박한 작가에게 AI는 예술의 수단이기 이전에 신앙적 사유를 담아내는 그릇이었다. 갤러리 공간 전체를 하나의 성소로 재구성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는, 관람객들이 작품 앞에 오래 머무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Q. 추상 이미지 10점과 영상 3점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각 매체에 담긴 철학은 무엇인가요?
“추상화는 관객에게 ‘생각의 여백’을 줍니다. 사실적인 묘사는 즉각 이해되지만, 추상은 하나하나의 의미를 관객 스스로 곱씹게 하죠. 반면 영상 작품은 다큐멘터리 기법의 극사실주의를 택해 추상화와 극적인 대조를 이루도록 구성했습니다. 특히 영상 속 나레이션인 ‘나를 뒤에서 민 건 침묵이었다’, ‘더는 벅찬 척할 수 없었다’와 같은 고백은 고독과 갈망 속에서 이름 붙일 수 없는 빛(희망)을 찾아가는 저의 내면적 고뇌를 담고 있습니다. 디지털 픽셀 너머의 묵상과 안식의 시간을 천천히 펼쳐 보이고 싶었습니다.”
추상과 극사실, 두 매체의 대비는 이번 전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여백으로 말하는 추상 이미지와 날것의 고백을 담은 영상이 나란히 놓임으로써 관람객은 이성과 감성 양쪽에서 동시에 작품 안으로 끌려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작가 자신의 내면 서사가 나레이션으로 직접 흘러나오는 영상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관람객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Q. AI를 ‘협업 파트너’라고 표현하신 점이 흥미롭습니다. 작업 과정은 어떠했나요?
“기술적인 장벽보다는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즐거움’이 더 컸습니다. AI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여정이었습니다. 단순히 명령어를 입력하는 수준을 넘어 AI와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는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 과정을 거쳤습니다. AI가 제안한 이미지를 검토하고 다시 세밀하게 수정 요청을 보내는 상호작용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AI는 저의 예술적 지평을 넓혀준 소중한 ‘협업 파트너’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AI 창작을 두고 ‘기계가 만든 것’이라는 시선을 보내지만 박한 작가의 작업 방식은 그 선입견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수십, 수백 번의 수정 요청과 검토를 반복하며 완성한 작품들은 작가의 의도와 감각이 고스란히 녹아든 결과물이다. 그는 AI를 도구가 아닌 대화 상대로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창작의 출발점이었다고 강조했다.
Q. 최근 제주한라대학교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KRIVET) 등에서 활발한 교육 활동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AI 융합콘텐츠기획자 협회 대표로서 1급 및 2급 자격증 교육을 주도하고 있으며 제주한라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AI 융합 창의예술 전문가’ 및 ‘AI 융합 콘텐츠 기획자’ 과정의 책임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예술적 창작 활동을 넘어 AI가 우리 사회의 직업 전문성과 정책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특히 성인학습자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그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박한 작가의 활동 반경은 갤러리를 훌쩍 넘는다. 제주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AI 역량 강화 교육까지 직접 맡고 있는 그는, AI가 특정 분야나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예술가이자 교육자로서 현장과 강단을 오가는 행보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길잡이가 되고 있다.
Q. 전시를 마친 소감과 아티스트 ‘박한’으로서의 다음 행보가 궁금합니다.
“4일간의 전시 기간 동안 몰입해서 관객들과 소통하다 보니 이제는 ‘일단 좀 쉬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웃음). 하지만 쉬는 시간 또한 다음 창작을 위한 묵상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AI가 인간의 ‘생각하는 힘’을 확장하는 매개체가 되길 바랍니다. 아티스트로서뿐만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도 성인 학습자부터 전문가까지 AI를 활용해 자신만의 논리적인 서사와 예술적 감수성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쉼조차 창작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말에서 이번 전시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느낄 수 있었다. 디지털의 심연 속에서 빛을 건져 올리는 박한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박한 작가 | 경희대학교 토목공학 | AI 융합콘텐츠기획자 협회 대표 | 제주한라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제주도 농업인 AI 역량 강화 전문 강사
다음 회차에서는 박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심층 분석한 전시 리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