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같은 우리, 그럼에도 존재함에 대하여”

15년의 감각이 AI를 만났을 때 무엇이 달라졌을까. 요나윤 작가는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인쇄 기반 편집 디자인 현장을 지켜온 사람이다. 아날로그의 결을 손끝으로 익힌 그가 생성형 AI를 처음 접했을 때 두려움보다 먼저 다가온 것은 가능성이었다.
“AI는 이미지 스톡 사이트를 하나 더 사용하는 느낌인데 훨씬 직관적이고 선택의 폭이 넓어요. 그런데 그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무엇을 고를지 그리고 그 결과가 보는 사람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고민하는 과정은 여전히 창작자의 몫입니다.”
그는 스스로를 ‘디렉터’라 부른다. 기술은 도구일 뿐 선택과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믿음이 그 호칭에 담겨 있다.
오는 5월 9일, 서울 지음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제목은 《유리인간 – A Glass Entity》다. 전시 제목부터 작가의 철학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는 분명 존재하지만 어떤 조건이 부족하면 타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수 있어요. 그 상태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소재가 유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인간이 태어날 때 지닌 조건을 하나의 ‘디폴트 값’으로 바라본다. 사주명리나 점성술이 말하는 타고난 기질처럼 그 값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환경이라는 변수 속에서 빛나기도 하고 깨지기도 한다. 이번 작업은 바로 그 과정을 포착한 기록이다.
작업의 실마리가 된 것은 한 뮤지션이었다.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음악을 이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요나윤 작가는 쉽게 깨질 것 같지만 끝내 버티는 ‘유리 같은 존재’를 발견했다. 강인함과 취약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그 이미지는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언어가 됐다.
작품은 흑백의 대비로 완성됐다. 유리 특유의 투명하고 서늘한 질감을 구현하기 위해 생성형 AI 프롬프트 설계와 포토샵 후보정을 반복하며 디테일을 다듬었다.
디자이너로서의 감각은 작품 바깥에서도 이어졌다. 전시 홍보물의 타이포그래피와 한글 디자인까지 직접 작업하며 작품과의 시각적 일관성을 유지했다. “전시 전체가 하나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포스터 한 장도 그 연장선입니다.”

아날로그, 디지털, 그리고 AI. 요나윤 작가는 기술의 변화를 모두 현장에서 겪은 세대다. 변화의 속도가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도 발견하고 있다.
“AI 덕분에 평소 엄두를 내지 못했던 영상과 음악 작업까지 시도할 수 있었어요. 그게 저에게는 가장 큰 변화입니다.”
인터뷰 말미, 작가는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덧붙였다.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는 조건과 환경을 한 번쯤 돌아보셨으면 합니다. 그 환경이 당신을 덜 고통스럽게 하고 조금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기를 바랍니다.”
유리처럼 투명하고 유리처럼 단단하며 때로는 유리처럼 부서질 수도 있는 우리의 이야기, 요나윤 작가의 《유리인간》은 5월 9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지음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 정보
전시명 유리인간 – A Glass Entity
전시 기간 2026. 05. 09(토) ~ 05. 14(목)
전시 장소 지음갤러리 (서울)
전시 구성 평면 작품 7점, 영상 작품 1점
관람 시간 오전 11시 ~ 오후 6시 (월요일 오전 11시~오후3시)
브릿지프레스는 이어서 《유리인간》 전시 현장 리포트와 관전 포인트를 통해 작품이 실제 공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