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음갤러리가 새롭게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AI 아티스트 허성희의 《구조의 미학 (The Aesthetics of Structure)》이다. 27일 오후, 정식 개관과 함께 공개된 이번 전시는 단순히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이 공간을 구성하는 조형적 아이디어와 만나, 어떻게 따뜻하고 입체적인 예술로 완성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정교하게 설계된 질서와 빛의 변주가 만들어내는 평온함에 매료된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총 50점으로 기획된 대형 프로젝트 중 전반부 25점을 선별해 구성한 연작이다. 작가는 어제 인터뷰에서 밝혔듯, 감정의 과잉을 덜어내기 위해 Warm Ivory, Ash Gray, Dusty Blue 등 지극히 절제된 팔레트를 사용했다.
전시장은 이 25점의 작품을 정형화된 격자 구조가 아닌 ‘불규칙한 모자이크 방식’으로 배치하여 입체적인 시각 경험을 선사한다. 이는 멀리서 볼 때는 완벽한 삶의 구조를 형성하는 듯하지만, 가까이 다가설수록 개별 파편들이 지닌 고유한 물성과 불확실성을 동시에 발견하게 만든다. 멀리서 전체를 관조하다가도 특정 작품에 이끌려 다가서게 만드는 이 불규칙한 리듬감은 우리네 생애가 지닌 질서와 카오스의 공존을 시각화한 결과다.
지음갤러리의 지하 공간이 주는 정적은 허성희 작가의 ‘발광(發光)하는 구조물’을 만났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벽면을 수놓은 한지 상자들이 외부 조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내부에서 스스로 빛을 뿜어낸다는 점이다.
작가는 한지로 감싼 입체 상자 안에 조명을 설치하여 AI가 설계한 기하학적 패턴이 한지의 결을 통과해 은은하게 배어 나오도록 설계했다. 특히 이 개별적인 빛의 상자들은 벽면을 가로지르는 전구 라인을 통해 서로 연결되며, 마치 밤하늘의 성좌나 우리 삶의 인연들이 얽혀 있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이 ‘스스로 빛나는 구조물’들은 지하의 어둠 속에서 관람객에게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다. 차가운 디지털 이미지가 작가의 손길(한지)과 내면의 빛(내부 조명)을 얻어 하나의 생명체처럼 숨 쉬는 과정은, 기술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서정적인 지점을 보여준다.
허성희의 《구조의 미학》은 단순히 AI 아트를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다. 이는 기술의 화려함에 매몰되지 않고 그 형태가 건네는 위로와 안식의 시간에 집중하고자 했던 작가의 치열한 사유가 공간 전체로 확장된 통합 프로젝트다.
멀리서 전체의 질서를 조망하고 가까이 다가가 개별의 물성을 어루만지게 만드는 지음갤러리의 이번 전시는 지친 현대인들에게 삶의 구조를 다시금 사유하고 그 안에서 고요한 안식을 찾을 수 있는 ‘건축적 위로’를 선사한다. 전시는 지음갤러리에서 계속되며, 브릿지프레스는 앞으로도 이러한 예술적 실험의 현장을 가장 깊이 있게 전할 것이다.

작가 소개: 허성희 (Heo Seong-hee)
인공지능(AI) 아티스트이자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기술의 최첨단에서 발견한 시각적 언어를 전통적 물성인 ‘한지’와 결합하며,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이번 《구조의 미학》은 그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질서와 카오스의 공존’을 공간 전체로 확장한 첫 번째 통합 프로젝트다.
다음 전시 예고 (지음갤러리 NEXT)
지음갤러리는 AI와 인간의 협업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합니다. 5월에는 요나 작가님을 통해 또 다른 차원의 미적 안식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브릿지프레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기대와 성원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