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음(知音): 전통의 숨, 기술의 결로 시대를 읽다」

AI가 그림을 만든다고 말하는 시대다. 몇 개의 문장만 입력하면 그럴듯한 이미지가 순식간에 탄생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두고 “이제 인간 예술가는 필요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그 반대편에 있다.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곧 예술인가. 빠르게 생성된 결과물 앞에서 끝내 남는 것은 무엇인가.
김성자 작가의 개인전「지음(知音): 전통의 숨, 기술의 결로 시대를 읽다」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번 전시는 2026년 3월 7일(토)부터 22일(일)까지 경기창작캠퍼스 교육동 1층 공공갤러리에서 열리며 기획 김성자(지음), 주최·주관 주)AI ART, 후원 경기문화재단 경기창작캠퍼스로 진행된다. 관람은 무료다.

이번 전시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AI를 단순한 유행의 도구로 다루지 않는 태도다. 김성자 작가는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그대로 제시하는 대신 그것을 다시 고르고, 나누고, 해체하고, 덧입히며 인간의 손을 통과한 새로운 회화로 전환한다. 전시가 내세우는 ‘From Generation to Creation’이라는 방향성은 바로 여기에서 힘을 얻는다. 생성은 시작일 수 있지만 창작은 선택과 판단, 그리고 감각의 책임이 개입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다. 공식 전시 소개 역시 작가가 이를 ‘GAI Hybrid Painting’이라는 방식으로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시장 안에서 관람객이 만나게 되는 것은 단순히 ‘AI로 만든 그림’이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이 만들어낸 매끈함을 일부러 흔들고 그 위에 다시 인간의 시간을 입힌 흔적에 가깝다. 김 작가의 핵심 기법으로 소개된 ‘Modular Pattern Method’는 디지털 이미지를 분절한 뒤 다시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형상을 새롭게 세운다. 가까이 다가가면 손의 결, 패턴의 밀도, 물질적인 흔적이 먼저 보이고, 한 걸음 물러서야 비로소 전체 형상이 읽힌다. 이 거리감은 흥미롭다. 기술은 빠르게 결과를 내놓지만 예술은 다시 멈춰 서서 보게 만든다. 전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인간의 개입이 무엇을 바꾸는지 조용히 증명한다.

브릿지 프레스가 이번 전시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AI 시대를 살아가며 더 많은 결과물, 더 빠른 속도, 더 편리한 생산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와 예술의 영역에서 끝내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 수 있느냐’보다 ‘왜 이것을 이 방식으로 남기려 하는가’에 가깝다. 김성자 작가의 작업은 AI를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그 편리함에 자신을 맡기지 않는다. 기술을 받아들이되 종속되지 않는 태도 그리고 생성의 시대에도 창작의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라는 사실을 이번 전시는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 AI실감미디어콘텐츠학과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김성자 작가는 이론과 실기를 함께 붙들고 AI 아트의 경계를 탐색해 온 작가다. 공식 소개에 따르면 그는 한국저작권위원회 AI 이미지 저작권 등록 사례를 통해 생성 이미지의 저작성과 작가성 문제를 공론화한 바 있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그 문제의식을 40여 점의 작품으로 확장해 관람객과 만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전이 아니라 동시대 예술이 기술과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시각적 제안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감상에서 멈추지 않는다. 3월 14일(토) 오전 11시 오프닝 리셉션에 이어, 같은 날 오후에는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허성희 강사의 ‘AI로 나만의 미니 노트 만들기’, 김선화 강사의 ‘AI로 나만의 굿즈 머그컵 만들기’가 각각 진행되며 관람객은 AI를 단순히 구경하는 존재가 아니라 직접 다뤄보는 창작의 주체로 참여하게 된다. 각 프로그램은 참가비 8,000원(재료비 포함)으로 운영된다. 이 구성은 이번 전시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기술은 멀리 있는 개념이 아니라 결국 인간의 손 안에서 다시 의미를 얻게 되는 도구라는 것이다.
‘지음(知音)’이라는 제목도 인상적이다. 서로의 소리를 알아듣는 벗, 마음의 결을 알아차리는 존재를 뜻하는 이 단어는 어쩌면 이번 전시 전체를 설명하는 또 다른 언어일지 모른다. 차갑고 빠른 기술의 시대일수록 예술은 더 섬세하게 인간의 결을 묻는다. 무엇이 아름다움인가, 무엇이 창작인가, 무엇이 사람의 흔적인가. 김성자 작가의 이번 전시는 그 질문들에 성급히 답하기보다 관람객 각자가 자신의 감각으로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AI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예술은 여전히, 인간이 끝까지 붙들고 놓지 않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전시 정보
- 전시명: 지음(知音): 전통의 숨, 기술의 결로 시대를 읽다
- 기간: 2026년 3월 7일(토) ~ 3월 22일(일)
- 장소: 경기창작캠퍼스 교육동 1층 공공갤러리
- 오프닝 리셉션: 3월 14일(토) 오전 11시
- 전시 연계 교육: 3월 14일(토) 13:00~15:30
- 관람: 무료
- 체험 프로그램: 각 8,000원(재료비 포함)
작가 정보
김성자
공식 사이트: https://omali.artspoon.io/ko
인스타그램: @omali.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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