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심리학
과잉보호라는 반창고


얼마 전 선물받은 뱅갈고무나무를 가지치기했을 때의 일입니다. 잘려나간 가지에서 코코넛처럼 하얀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순간 나무가 우는 것처럼 보였지요. 안쓰러운 마음에 중3 학생과 함께 그 자리에 반창고를 붙여주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그 하얀 액체는 고무액이 아니라 나무 스스로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흘려보내는 방어 물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무심코 붙여준 반창고가 오히려 나무의 자연스러운 치유를 방해한 셈이었지요.
이 경험은 곧 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혹시 부모로서 교사로서 나도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반창고를 붙이고 있는 건 아닐까?
부모는 아이가 힘들지 않게, 다치지 않게, 실패하지 않게 지켜주고 싶습니다. 교사 역시 학생이 좌절하지 않도록 돕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이런 보호가 언제나 최선일까요?
“기다려, 그냥 엄마가 해줄게.”
“아니야, 선생님이 해줄게.”
이런 말들이 반복되면 아이는 스스로 해보려는 용기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 부모도 교사도 대신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잊고 말이지요.
많은 상담 사례에서 과잉 보호 속에서 자란 청소년들은 “부모님이 다 해주셨어요” 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숙제, 진로 선택, 친구 문제까지 부모가 해결해주다 보니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진 경험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대학교에 진학하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작은 난관에도 크게 흔들리곤 합니다.
반대로 스스로 넘어져 보고 다시 일어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위기를 맞아도 주저앉지 않습니다. 스스로 방법을 찾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보여줍니다.
뱅갈고무나무는 가지가 잘려도 스스로 수액을 흘려 굳히며 상처를 막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패와 상처 속에서 스스로 회복할 힘을 이미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불필요한 반창고를 붙여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지닌 힘을 믿고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넘어졌을 때는 곧바로 손을 내미는 대신 “괜찮아, 다시 일어나 보자”라고 말해주는 것, 문제를 틀렸을 때는 “왜 그런 답을 했는지 다시 생각해보자”라고 질문해 아이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 바로 그것이 진정한 보호이자 교육입니다.
브릿지프레스 칼럼니스트 박지현 | 마음나침반 대표, 교육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