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손의 감각 그리고 예술의 공존을 보여준 현장
[2026년 5월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감미로운 키보드 선율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You Raise Me Up’의 따뜻한 멜로디는 정적인 전시장 공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예술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전한다.
‘디자인아트페어 2026’은 작품을 전시하는 행사에 머물지 않는다. 기술과 감성, 전통과 동시대성, 손의 감각과 디지털 창작이 충돌 없이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실험적 플랫폼이다.
올해 페어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AI아트 섹션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AI는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술적 도구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AI는 보조 수단의 위치를 벗어났다. 작가의 철학과 감각을 확장하는 ‘창의적 파트너’로 기능하며 새로운 시각 언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한국적 선과 색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은 관람객의 시선을 오래 붙잡았다. 전통 회화의 여백, 단청의 색감, 동양적 리듬감이 AI의 정교함과 결합되며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니라, 전통 미감이 디지털 시대 안에서 어떻게 다시 살아날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이다.
많은 작품이 AI가 제안한 이미지 위에 작가의 세밀한 리터칭과 감각적 개입으로 완성되었다. 이 과정은 ‘기술이 예술의 영혼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새로운 답을 내놓는다. 기술은 예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영역을 확장하는 새로운 붓이 될 수 있다.
IBK기업은행이 후원한 발달장애 성인 작가 특별전도 인상적이었다. 이들의 작품은 형식적 완성도나 시장 논리보다 ‘표현의 진정성’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자유롭고 솔직한 색채와 형태 속에는 계산되지 않은 에너지와 순수한 감각이 살아있었다. 예술이란 결국 누군가의 삶과 감각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펜드로잉, 퀼트, 패브릭 작업들도 시선을 끌었다. 천과 실로 한 땀 한 땀 완성된 가방과 오브제들은 빠른 디지털 시대 속에서 ‘천천히 만드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예술적 가치임을 보여준다. 종이학 오브제, 도자기와 회화의 결합, 캘리그라피, 여행의 기억을 담은 회화까지 이번 페어는 특정 장르 안에 머물지 않았다.
이번 디자인아트페어에서 AI는 단순한 디지털 기술이 아니라 회화·공예·디자인과 함께 동시대 예술의 한 축으로 자리했다. AI아트가 소수의 실험적 장르를 넘어 대중 예술 시장과 전시 문화 안으로 본격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AI와 디지털 기술이 확장될수록 인간 고유의 감각과 손의 흔적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역설을 조용히 드러냈다.
예술은 이제 동경의 대상이 아니다. ‘You Raise Me Up’의 선율처럼, 지친 일상의 우리를 다독이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가장 가까운 감각의 언어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