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대화하며 진로를 탐색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다
질문에서 시작해 에세이와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된 학생들의 성장 기록

“선생님, 저는 꿈이… 아직 없어요.”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자신의 꿈이나 진로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묻는 질문 앞에서 선뜻 답을 하지 못하거나 ‘아직 모르겠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이 커질수록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꺼내는 일은 오히려 어려워진다. 진로교육 역시 특정 직업을 빨리 선택하는 것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질문해보는 과정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것이 AI 활용 진로에세이 프로젝트다.
학생들은 AI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관심 분야와 경험,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탐색했다. 처음부터 명확한 진로를 정하는 대신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했다.
AI는 정답을 대신 알려주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끌어내고 질문을 확장하는 파트너로 활용됐다.
학생들은 AI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썼으며 다시 읽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한 편의 진로에세이를 완성했다. 이미지 제작 과정에서도 AI를 활용하며 자신이 글로 표현한 생각을 시각적인 장면으로 확장해보았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AI가 얼마나 멋진 문장이나 이미지를 만들어주느냐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꿈이 없다”고 말하던 학생들도 자신이 좋아했던 경험과 관심을 가졌던 분야, 앞으로 만나보고 싶은 세상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직업의 이름을 정하는 것보다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경험이 먼저였다.
그렇게 완성된 학생들의 글은 한 권의 책 『진로, 책으로 말하다』로 이어졌다.
이 책은 단순히 ChatGPT로 글을 쓰고 Midjourney로 그림을 만든 기술 활용의 결과물이 아니다. 학생들이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막연했던 생각을 구체적인 언어로 꺼내며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임은미 브릿지프레스 발행인은 “지난 23년 동안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가장 마음이 아팠던 순간 중 하나는 아이들이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주저할 때였다”며 “정답을 가르치는 대신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탐험할 수 있도록 해보고 싶었다”고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부분은 AI의 활용 방식이다.
AI가 학생의 생각과 글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더 많은 질문을 만들고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활용됐다. 학생들은 질문하고 탐색하고 선택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하나의 결과물을 완성했다.
이는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자기주도학습과도 연결된다. 동시에 AI를 수동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확장하기 위한 창의적 파트너로 활용하는 경험이기도 하다.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시대이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또 다른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다.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은 더 깊이 질문하고 더 넓게 상상하며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로, 책으로 말하다』는 완성된 책 한 권에만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질문에서 시작해 탐색하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다시 수정한 뒤 자신의 이름이 담긴 결과물로 완성하는 전 과정이 학생들에게 하나의 경험으로 남는다.
진로를 아직 정하지 못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서둘러 하나의 답을 선택하게 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질문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는 것,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 먼저일 수 있다.
『진로, 책으로 말하다』는 AI 시대의 진로교육이 기술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교육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기록이다.
임은미 | 브릿지프레스 발행인 · 브릿지북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