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비판적 뉴스 읽기 능력이 미래 시민의 핵심 역량으로 떠오르다

디지털 환경에서 뉴스와 정보의 생산·유통 방식이 급변하면서 비판적 뉴스 읽기 능력이 미래 시민의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온라인과 SNS를 중심으로 하루 수백 건의 정보가 확산되는 가운데 사실 여부를 판단하고 정보의 의도를 해석하는 능력 없이는 누구나 왜곡된 정보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은 정보 소비량은 많지만 뉴스의 구조와 진위를 파악하는 능력이 충분히 길러지지 않아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교육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주목받는 이유는 디지털 환경의 구조적 변화 때문이다. 가짜 뉴스의 확산 속도는 정확한 정보의 전달 속도를 앞지르고 있으며, 알고리즘은 개인 관심사에 맞춘 정보만 반복적으로 노출해 이용자를 편향된 정보의 틀 안에 가두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필터 버블 현상은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복잡한 사안을 단순한 이분법적 시각으로 해석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보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핵심 내용을 분별하는 능력은 오히려 감소하는 ‘정보 피로’ 현상이 심화되면서 시민 개개인의 비판적 판단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국내 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우려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학생들의 뉴스 이용률은 매우 높지만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뉴스가 어떤 관점에서 작성됐는지, 제목과 본문이 일치하는지, 출처가 공신력 있는 기관인지 등에 대해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는 학생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분석 능력을 측정한 검사에서도 국내 학생들은 평균 57% 수준에 그쳤다. 이는 뉴스 텍스트를 단순 정보로 소비할 뿐, 구조적으로 해석하고 분석하는 사고 훈련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청소년은 SNS 기반 짧은 콘텐츠에 익숙해 깊이 있는 분석보다 속도 중심의 정보 소비 패턴이 형성되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짧은 요약 영상이나 이미지 위주의 콘텐츠가 주요 정보 획득 경로로 자리 잡으면서 긴 글을 읽고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약화되는 현상도 지적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읽기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논의를 이해하고 참여하는 데 필요한 사고 능력 전반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뉴스 리터러시 교육은 단순히 가짜 뉴스를 가려내기 위한 예방 교육을 넘어 비판적 사고를 길러주는 핵심 과정으로 평가된다. 뉴스의 진위와 근거를 분석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비판적 사고를 강화하며, 관점과 의도 분석은 문제 해결력과 정보 해석 능력을 향상시킨다. 또한 증거 기반의 사고를 반복적으로 훈련함으로써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과 논리적 표현력 역시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역량은 국제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핵심 역량(critical thinking, communication, reasoning)과도 일치하며, 변화하는 사회와 정치 환경 속에서 성숙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뉴스 리터러시는 특정 교과를 넘어 모든 학습의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다. 사회·과학 분야의 뉴스 기반 수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을 전달하며 학생들의 배경지식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교과서 중심 수업이 현실 세계와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하고, 실제 사례와 데이터를 활용해 사고의 폭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또한 뉴스 분석 활동은 독해력과 글쓰기 능력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며, 논술·서술형 평가에서 요구하는 주장과 근거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한다. 이는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자신의 관점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전문가들은 뉴스 리터러시를 미래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종합적 사고 능력으로 평가한다. 뉴스와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고 관점을 분석하며 데이터를 해석하는 과정은 공론장 참여 능력과 직결된다. 가짜 뉴스 확산과 정치적 분열이 심화되는 시대일수록 청소년들은 단순한 정보 소비자를 넘어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해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능동적 시민으로 성장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교육 현장에서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를 중심에 두는 교육 접근이 확대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정답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근거를 확인하고 질문을 생성하며 정보를 비교·분석하는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단순한 지식 전달에서 나아가 사고 과정을 설계하고 정보의 구조를 이해하도록 돕는 교육이야말로 미래 사회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기르는 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사회는 앞으로도 정보의 범위와 속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비판적 뉴스 읽기 능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 역량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민을 길러내는 일은 개인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향후 교육 현장은 뉴스 리터러시를 핵심 교육 콘텐츠로 삼아 학생들이 변화하는 정보 환경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판단력을 갖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허성희 |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