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심리학
공존의 지혜, 함께 돌보는 마음

옛날 한 마을에 드넓은 풀밭이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풀밭을 함께 사용하며 소를 키웠죠. ‘한 가구에 소 한 마리’라는 단순한 규칙만 잘 지키면 모두가 공평하게 풀밭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고 풀밭 또한 늘 푸르렀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내가 소를 한 마리 더 키우면 우리 집은 훨씬 부자가 될 거라고 생각하며 남몰래 소를 늘렸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결국 풀밭은 정해진 규칙보다 훨씬 많은 소로 북적였습니다. 처음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시간이 흐르자 풀은 점점 사라졌습니다. 결국 풀이 부족해 소들이 하나둘 죽어갔고 마을 전체가 위기에 처했죠. 결국 마을 사람들은 ‘한 가구 한 마리’ 라는 규칙으로 다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경제학에서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자원 관리의 문제를 넘어 우리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눈앞의 이익에 쉽게 흔들립니다. “소를 한 마리 더 키우면 나만 더 부유해질 텐데” 라는 생각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즉각적 만족에 대한 충동과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지금 당장의 달콤함은 너무나 강렬해서 이를 조절하지 못하면 결국 더 큰 손실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공유지의 비극에는 또 다른 심리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사회적 딜레마(Social Dilemma)입니다.
- 내가 규칙을 지켜봤자 다른 사람들이 어기면 나만 손해 보는 거잖아.
- 남들도 다 소를 늘렸으니 나도 늘려야지.
이런 생각이 퍼지면 규칙은 빠르게 무너지고 결국 모두가 피해자가 됩니다. 규칙은 나를 불편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한 약속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잊게 되는 순간이죠.
공유지는 비단 풀밭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삶 곳곳에 존재합니다.
- 가정: 가족 구성원 모두가 집안일을 ‘나 하나쯤이야’ 하며 미루면 결국 집 전체가 엉망이 됩니다.
- 회사: 각자가 자신의 이익만 챙기면 팀워크가 무너지고 팀 전체의 성과도 떨어집니다.
- 환경: 나 하나 쯤은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린 쓰레기가 지구 전체를 병들게 합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유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공유지는 우리 마음속에도 있습니다. 에너지를 돌보지 않고 끝없는 욕심과 불안만 채우다 보면 우리 마음의 풀밭은 메말라 버립니다. 하지만 반대로 스스로를 돌보고 타인과 나누는 마음을 지킬 때 내 마음의 공유지는 풍요로워집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하는 선택은 당장 나만 편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나와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인가?”
공유지를 지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매일의 작은 선택 그리고 내 마음속의 약속을 지켜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결국 ‘한 가구 한 마리’ 라는 규칙이 불편한 제약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조금 불편해도 약속을 지키고 당장의 욕심을 조절할 때 우리 모두는 오래도록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당신의 마음속 공유지는 지금 어떤 모습인가요? 오늘 당신은 그 풀밭을 어떻게 돌보고 있나요?
브릿지 프레스 칼럼니스트 박지현 | 마음나침반 대표, 교육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