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은 늘 즐겁기만 한 걸까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와 고생이 따라오기 마련이죠. 그 순간엔 짜증이 나고 “다신 안 온다”는 말을 내뱉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그 일을 추억처럼 꺼내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힘든 순간마저도 훗날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요?
제가 그런 경험을 한 곳은 바로 ‘지구의 배꼽’이라 불리는 울룰루(Uluru) 여행이었습니다. 제 인생 첫 사막 여행이었기에 기대가 컸습니다. 본격적인 일정에 앞서 근처 앨리스 스프링스에 사는 지인을 방문했는데 지인은 제 짐을 보더니 두툼한 옷들을 한 아름 챙겨주기 시작했습니다. 사막인데 굳이 필요할까 싶었죠. 하지만 지인은 “일교차가 크니 여러 겹을 껴입어야 한다”며 패딩까지 내주었습니다. 너무 과하다 싶었지만 호의를 거절하기 어려워 챙겨갔습니다.
결론은? 그 옷들이 제 목숨줄이 되었습니다. 한낮에는 나시만 입고 다녔는데, 밤이 되자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옷을 겹쳐 입었죠. 반팔티, 긴팔티, 후드, 잠바, 패딩까지… 무려 11겹이었습니다. 게다가 사막은 1년 중 비 오는 날이 손에 꼽힌다고 했는데 하필 그 드문 날이 제 여행 날이었습니다. 운도 참 지지리 없었죠.
더 큰 문제는 ‘야외 취침’이었습니다. 모닥불을 피우고 그 주위에 매트 하나 깔고, 침낭에 의지해 자라는 방식이었는데… 추위를 많이 타는 저로서는 속으로 계속 중얼거렸습니다. “내가 왜 돈 내고 이런 고생을 하고 있나. 사람들이 호주는 겨울엔 오지 말라고 했을 때 들을 걸…” 불만 가득한 마음으로 억지로 눕는 순간 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모든 불평을 삼켜버렸습니다.
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하늘!
별이 쏟아진다는 표현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는 오직 내 눈에만 담긴 은하수 같은 하늘,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 풍경을 만나기 위해 내가 이 고생을 했구나.” 추위도 불만도 모두 사라지고 그 시간은 제 인생 최고의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때 과하다 생각했던 누군가의 호의가 결국 여행의 핵심이 되었고 “괜히 왔다” 투덜대던 여정이 결국 인생의 여행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 아니었다면, 제가 언제 모닥불을 피워 놓고 대자연 속에서 별빛을 덮고 잘 수 있었을까요? 언제 사막에 내리는 비를 볼 수 있었을까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말합니다.
“사막 여행은 꼭 가보라”고.
반전이 있는 여행, 힘듦 끝에 찾아온 아름다움.
이런 경험이 있기에 우리는 여행을 멈출 수 없는 게 아닐까요?
브릿지프레스 칼럼니스트 이윤미(마일스톤 대표,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