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심리학
남들에겐 쉬운 일이 나에겐 왜 버거울까?…

유독 나에게만 버겁게 느껴지는 일이 있다. 누군가 쉽게 해내는 것처럼 보이는 과업이 나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커다란 공처럼 다가오는 순간이다. 이처럼 같은 일이라도 사람마다 체감하는 무게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관점과 비교의 문제로 분석하며 그 해답을 심리적 착시에서 찾고 있다.
미국의 유명 동화작가 모 윌렘스의 「A Big Guy Took My Ball!」은 이 문제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피기(Piggie)는 자신의 너무 큰 공을 덩치 큰 녀석에게 빼앗겼다며 억울함을 토로한다. 친구는 원래 큰 애들만 재미있게 노는 세상이라며 함께 분노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맞는다. 피기의 공을 가져간 덩치 큰 녀석은 바로 고래였고 고래에게 그 공은 너무 작아서 놀기 힘든 공이었다. 피기에게는 버거울 만큼 컸던 공이 고래에게는 불만스러울 정도로 작았던 것이다. 공의 크기는 그대로 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두 존재의 눈높이가 달랐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심리적 착시의 일종으로 설명한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인식할 때 그 대상의 물리적 속성뿐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의 위치와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심리학의 사회적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의견을 타인과 비교하며 평가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만족과 불만이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성적, 연봉, 자산, 자녀의 성취에 이르기까지 비교의 잣대가 들이대는 순간 객관적인 성취와 무관하게 만족감은 줄고 박탈감은 커지기 쉽다. 피기가 느낀 억울함 역시 공의 절대적 크기 때문이 아니라 나보다 큰 고래와의 비교에서 비롯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모두가 부러워할 법한 큰 존재인 고래 역시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래는 자신이 너무 커서 아무도 함께 놀아주지 않는다며 외로움을 호소한다. 작은 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인 ‘큼’이 정작 당사자에게는 관계의 단절과 소외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는 크고 작음, 많고 적음이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며 오직 비교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 상대적 개념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같은 공, 다른 눈높이’ 현상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직장 내에서 흔히 발생한다. 한 직원은 업무가 너무 많아 번아웃 직전이라고 느끼는 반면 다른 직원은 왜 나에게는 중요한 업무를 맡기지 않는냐며 자신의 역할이 축소된 것에 불만을 느낀다. 같은 프로젝트를 두고도 누군가는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른 누군가는 소외감으로 느끼는 동상이몽이 펼쳐지는 것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공의 절대적 크기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눈높이와 관점이다. 혹시 지금 당신이 든 공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실제보다 더 크고 무겁게 느껴지고 있지는 않은가. 때로는 비교의 시선을 거두고 자신의 눈높이에서 공을 바라볼 때 그 공이 사실은 내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적당한 크기임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당신의 시선이 당신의 하루와 인생을 결정하고 있다.
브릿지프레스 칼럼니스트 박지현 | 마음 나침반 대표, 교육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