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사전적 의미로는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라고 하지만 여행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장소, 같은 일정이라도 누구에게는 쉼이고 또 누구에게는 모험이 된다. 누구와 함께하느냐, 어떤 마음으로 떠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나는 전문 여행 크리에이터도 아니고 여행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도 아니다. 다만 틈틈이 시간을 내어 떠나는 평범한 여행자일 뿐이다. 그럼에도 여행을 글로 남기고 싶은 이유는 내게 여행은 늘 예상치 못한 따뜻함을 선물해주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혼자 떠난 여행에서 그 경험은 더욱 깊어진다. 혼자 여행하면 외롭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물론 때로는 그렇다. 하지만 혼자일 때야말로 사람들의 진심이 다가오는 순간이 많다.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다가오는 현지인, 길을 알려주며 함께 웃던 여행자들, 그리고 먼 타국에서 마주한 한국인의 따뜻한 배려가 그렇다.
20대 시절 두 번째 아시아 여행으로 찾은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경험이 아직도 선명하다. 호안끼엠 호수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출장 중이던 한국인 남성과 그의 현지 동료가 다가왔다. 함께 점심을 먹고 여행 일정까지 챙겨주던 그들의 친절은 낯선 도시에서 큰 힘이 되었다. 떠날 때 건네받은 한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혼자 여행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 했을텐데, 정말 대단해요. 무사히 좋은 여행을 하고 돌아가길 바랍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이 친구에게 연락하세요. 물론 아무 일 없기를 바라지만요.”
그 따뜻한 배려 덕분에 나는 안전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다시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한동안 SNS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삶을 응원했다. 누군가는 위험할 수도 있는 만남이라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 순간을 진심 어린 호의가 건네준 선물로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내게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나 관광이 아니다. 여행은 우연히 마주치는 따뜻함을 찾아가는 여정이며 언젠가는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따뜻함을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남기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시 여행을 꿈꾼다.
브릿지프레스 칼럼니스트 이윤미 | 마일스톤 대표,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