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사진이나 풍경으로만 남지 않는다. 때로는 한 번 맛본 음식이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그 도시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누구나 여행을 다녀오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시간을 기억한다. 어떤 이는 사진으로 남기고, 어떤 이는 그곳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로 기억한다. 그리고 또 어떤 이들은 음식으로 여행을 떠올린다.
그 음식이 꼭 유명한 식당의 특별한 메뉴일 필요는 없다. 어쩌면 아무 기대 없이 들어간 작은 식당에서 우연히 먹었던 한 접시일 수도 있다.
2015년, 나는 친구와 함께 칭다오로 여행을 떠났다. 특별한 계획도, 준비도 없이 그저 친구만 믿고 떠난 여행이었다.
당시 중국은 나에게 꽤 낯선 곳이었다.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았고 언어의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나는 그저 친구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여행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전에 먹어본 중국 음식들이 내 입맛에 맞지 않았기에 음식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걷다 우연히 한 식당에 들어가게 됐다. 그곳에서 처음 보게 된 음식이 바로 오징어 먹물 만두였다.

모양은 평범한 만두였지만 색깔은 새까만 검은색이었다. 솔직히 말해 전혀 맛있어 보이지 않는 비주얼이었다. 큰 기대 없이 한 입을 베어 문 순간, 정말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놀라웠다.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먹어본 적 없는 맛이었다.
그 만두는 여행이 끝난 뒤에도 내 머릿속에서 계속 남아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칭다오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이 되었고 언젠가 다시 그 맛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2025년 7월, 나는 다시 칭다오를 찾았다. 오랜만에 다시 가는 도시였지만 사실 그 여행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 오징어 먹물 만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 그 식당의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는 사이 그 음식은 어느덧 체인점으로 자리 잡아 있었다. 딱 10년 만에 다시 그 만두를 입에 넣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기억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풍경이, 어떤 사람에게는 사진이,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이 여행의 기억으로 남는다. 하지만 나에게 여행은 종종 맛으로 남는다. 지나가는 순간에는 그저 한 끼 식사였을지 몰라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 음식 하나가 도시 전체의 기억을 다시 불러내기도 한다.

칭다오는 이제 내게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그곳은 오징어 먹물 만두의 맛으로 오래 기억되는 도시가 되었다. 여행은 결국 거창한 사건보다도 작고 선명한 순간으로 남는다. 그리고 어떤 여행은 단 한 가지 맛 만으로도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이윤미 | 브릿지프레스 칼럼니스트, 영어교육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