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브릿지프레스)

경기도 평택의 문화 지형이 2026년 1월 30일을 기점으로 완전히 새로 쓰였다. 약 1,301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고덕국제신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 평택아트센터(PAC)가 공식 개관했다. 이 역사적인 무대를 위해 거장 정명훈과 피아니스트 임윤찬, 그리고 470여 년 전통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뭉쳐 평택의 밤을 낭만으로 물들였다.

공연의 포문을 연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서곡(Op. 77)은 그 자체로 역사였다. 1548년 창단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꼽히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과거 베버와 바그너가 직접 지휘봉을 잡았던 ‘독일 사운드의 종가’다. 특히 이번 무대는 이 악단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서 10년 넘게 깊은 유대감을 쌓아온 정명훈이 직접 지휘봉을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거장의 손끝에서 터져 나온 묵직하고 고풍스러운 저음과 신비로운 호른의 울림은 평택아트센터 대공연장을 단숨에 19세기 독일의 깊은 숲속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어지는 1부의 하이라이트,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Op. 54)에서 임윤찬은 ‘협주(Concerto)’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주었다. 단순히 피아노가 화려한 기교를 뽐내는 자리가 아니었다. 임윤찬은 오케스트라의 소리에 예민하게 귀를 열고, 정명훈 지휘자와 끊임없이 눈을 맞추며 음악적 흐름을 공유했다. 가장 기막혔던 순간은 피아노와 목관 악기들이 나눈 내밀한 대화였다. 클라리넷과 오보에가 애틋하게 말을 건네면 임윤찬의 피아노가 이를 따뜻하게 받아 안았다. 특히 플루트의 청아한 울림 위로 피아노 선율이 가만히 겹쳐지는 순간, 객석에는 모든 숨소리가 멎은 듯한 압도적 정적이 흐르며 관객들은 그 비현실적인 하모니 속으로 완전히 매료되었다. 470년 역사의 악단이 내뿜는 중후한 음색과 임윤찬의 신선한 해석이 만나 각 악기가 선명한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도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환상적인 하모니를 빚어냈다.

2부에서 연주된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는 평택아트센터가 열어갈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듯했다. 수준 높은 가변 음향 시설은 드레스덴 악단의 묵직한 질감을 가감 없이 전달했고, 1,300여 명의 관객은 전원 기립 박수로 이 역사적인 개관을 축하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고덕신도시로 대변되는 첨단 산업 도시 평택이 이제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찾는 ‘문화의 거점’으로 발돋움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평택아트센터는 이번 개관 시리즈를 시작으로 올 한 해 고품격 공연 라인업을 이어가며 경기 남부의 예술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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