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1학년에서 영어 성적이 급격히 갈리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그 원인을 둘러싼 근본적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초등 때 영어를 잘했는데 왜 갑자기 어려워졌는가”라는 질문을 가장 먼저 던지지만, 현장의 교사와 교육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착각이 바로 중1 영어 격차를 만드는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초등 영어에서 원어민 발음 교정, 파닉스 레벨 통과, 말하기 대회 수상 등이 ‘실력’으로 과대평가되는 순간 중학교에서 요구하는 언어 능력과 사고력 기반의 리터러시 요구를 간과하게 되고, 그 결과 학생들은 첫 시험부터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한다는 분석이다.
현장 교사들은 중학교 영어 시험의 구조가 단순한 어휘 암기 능력을 측정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실제 시험 구성은 어휘 10~15%, 문법 25~30%, 독해 40~50%, 서술형 15~20%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단순 암기만으로는 성적을 유지할 수 없는 구조다. 학생들이 단어장을 붙들고 하루 수십 개씩 외워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독해 구조를 이해하는 능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기반으로 한 문장 해석 능력이 갖춰지지 않아서다. 단어를 3천 개 알고 있어도 문장을 읽는 속도가 분당 80단어 미만이거나 주어·동사·목적어 구조를 빠르게 파악하지 못하면 지문의 논리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러한 격차의 배경에 초등 고학년 사교육의 구조적 문제가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전형적인 사교육 커리큘럼은 학습의 깊이가 아닌 학습의 ‘속도’를 우선하기 때문에 문장 구조 분석과 사고력 기반의 독해 훈련이 부족하다. 문법 선행 위주로 진도를 나가면서 개념을 명확하게 설명하거나 적용하는 시간은 줄어들었고, 독해 수업 역시 지문을 빠르게 해석하고 정답을 찾는 방식에 치중해 학생들의 추론 능력과 맥락 이해 능력을 충분히 길러주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높은 레벨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기초는 허약해, 중학교 단계에서 새로운 유형과 논리적 해석이 필요한 지문을 접하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게 되는 구조다.
중학교 상위권 학생들의 학습 방식은 이와는 상당히 다르다. 이들은 학원 진도 경쟁에 휩쓸리기보다 느리더라도 문장의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학습 습관을 가지고 있다. 지문을 천천히 읽어도 핵심을 놓치지 않고, “왜 이런 구조인지”, “왜 이렇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질문하며 이해의 단계를 깊게 가져간다. 많은 교사들은 “상위권 학생은 속도가 아니라 정확성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교육 시장이 만들어낸 속도 중심의 학습 구조를 초등 고학년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중1 영어 격차의 본질을 영어 실력의 차이가 아닌 ‘문해력(Literacy)의 차이’라고 규정한다. 영어 독해가 어려운 학생들은 대체로 한글 독해 능력도 낮고, 긴 문장을 논리적으로 끊어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히 영어 문제를 넘어서 사고 구조와 배경지식의 문제로 이어진다. “Climate change affects ocean ecosystems.”라는 문장이 이해되지 않는 이유는 어휘 때문이 아니라 기후 변화와 해양 생태계의 관계라는 배경지식 부족,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는 사고 훈련의 부족 때문이라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초등 6년 동안 영어라는 ‘도구’만 배우고 그 도구를 사용할 사고력 기반의 리터러시를 키우지 못한 결과가 중학교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셈이다.
중1은 이러한 격차를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학습 재구조화를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부르며, 기존의 암기 위주 학습을 버리고 이해·적용 중심 학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단어 중심의 학습에서 문맥 기반 어휘 학습으로 바꾸고, 문법 선행보다 개념의 완전한 이해와 실제 적용 훈련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제시된다. 정확한 독해 구조를 기반으로 사고력을 강화하는 학습이 이루어질 때에만 격차를 줄일 수 있으며, 이는 향후 6년간의 중·고등 영어 학습의 기반이 된다.
교육계에서는 중1 영어 격차 문제를 단순한 성적 문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한국 초등 교육과 사교육 시장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등 단계에서 ‘영어를 잘한다’는 인식이 실제 실력과 괴리된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학부모와 학생 모두 중학교의 평가 기준과 문해력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중등 과정을 맞이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가르친 영어는 진짜 영어였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질 때에서야 비로소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