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장소에서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그러나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만 3~9세 아동의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 시간은 무려 4시간 45분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 기준인 하루 1시간과는 네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 격차는 단순히 스크린 타임의 문제가 아니라, 아동 발달과 교육 환경 전반의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많은 부모는 “교육용 콘텐츠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실제 통계는 다르다. 육아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허용하는 주된 이유는 ‘공공장소에서 조용히 시키기 위해(74.3%)’, ‘보호자의 일을 하기 위해(70.2%)’가 가장 많았다. 이는 스마트폰이 사실상 부모의 휴식과 편의를 위한 ‘디지털 보모’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은 이미 아이들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단순히 ‘노출 차단’이나 ‘사용 금지’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은 시대적 현실과 맞지 않는다. 교육계에서는 이제 아이들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는 대신, 스스로 올바른 미디어 활용 역량을 키우도록 돕는 방향을 제시한다. 즉,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아이가 영상을 분석하고, 의미를 해석하며, 나아가 창작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사용 시간 제한’보다 부모의 ‘적극적 중재’가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단순히 규칙을 나열하기보다 아이와 함께 콘텐츠를 시청하며 “어떤 점이 재미있었니?”, “이 캐릭터는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와 같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부모의 모범이 가장 강력한 교육이다. 식사 시간에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취침 전 책을 읽는 모습은 어떤 규칙보다 설득력 있는 메시지가 된다.
스마트폰은 이제 아이들의 성장 환경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기기를 완전히 배제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올바른 습관을 형성하느냐에 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미디어를 경험하고 대화하며 모범을 보일 때, 스마트폰은 위험 요소가 아닌 성장의 자원이 될 수 있다. “통제에서 소통으로, 불안에서 이해로”라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칼럼니스트 허성희 | 한국북네트웍스 대표, 디지털콘텐츠 융합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