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9일, 서울 향월재에서 김진영 영화미술 감독의 개인전 ‘꽃길’이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민화와 단청, 까치와 호랑이 등 한국 전통 회화를 오랫동안 탐구해온 작가가, AI 아트를 통해 전통을 ‘꽃’이라는 이미지로 재 탄생시키는 여정을 선보인다.

김진영 감독은 영화미술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전통의 색채와 상징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왔다. 민화 속 까치와 호랑이, 단청의 곡선과 문양은 그에게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한국인의 삶과 정신을 담은 조형 언어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전통적 감각이 AI라는 새로운 도구와 만나 화면 속에서 꽃처럼 확장된다. 그녀는 “AI는 기계적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장치가 아니라 내가 쌓아온 전통적 감각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협력자”라고 말한다. 실제로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민화의 상징과 단청의 문양이 꽃의 형태로 변주되며 시들어도 다시 피어나는 꽃처럼 전통 또한 또 다른 모습으로 되살아나는 순환의 의미를 담아낸다.

전시 제목 ‘꽃길’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품고 있다. ‘꽃길을 걷는다’는 말이 주는 희망과 축복처럼 이번 전시는 전통과 현대, 인간과 기술을 잇는 길을 제시한다. 관람객들은 익숙한 전통 문양 속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새로운 상징을 마주하며 전통이 어떻게 현재와 대화할 수 있는지 체험하게 된다.

특히 전시가 열리는 향월재는 고즈넉한 한옥 공간으로 과거와 현재가 한 자리에서 만나는 독특한 울림을 전한다. 김진영 감독은 “전통은 박제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숨 쉬며 새로운 언어로 피어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이번 전시 ‘꽃길’을 통해 전통과 기술이 만나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꽃피는 순간을 증명한다.

이번 전시는 당초 10월 5일까지 진행 예정이었으나 관람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10월 11일까지 향월재에서 연장 개최된다.
임은미 | 브릿지프레스 발행인